지난해 공공병원 단체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소속병원 5곳)은 총 4회에 걸쳐 이토메드정 등 1,311종의 의약품에 대한 입찰에서 35개 도매상들이 84개 품목에 대하여 1원으로 낙찰 받은 일이 발생했다.
이를 불공정행위로 파악한 한국제약협회는 임시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구성사업자들이 1원 등 저가로 낙찰받은 도매상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구성사업자들로 하여금 도매상들이 저가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결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한국제약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위원장 김동수)는 한국제약협회의 의약품 1원 낙찰에 대한 제재조치가 위법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4일 공정위는 한국제약협회 소속 제약사들이 한국보훈복지공단이 실시한 입찰에서 저가로 낙찰받은 의약품도매상들에게 의약품 공급을 못하도록 한 행위와 소속 제약사들로 하여금 의약품 도매상들이 저가로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한국제약협회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약협회의 제재조치로 인해 "소속 제약사들이 의약품 공급을 거부함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들은 납품계약을 파기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대체구매 후 납품하는 등 손실"을 입었으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도 약품조달차질 등 병원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측은 일부 약품의 경우 "재고 부족으로 환자에 대한 투약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한국제약협회는 "1원 낙찰에 대한 제약협회의 의사결정 행위는 특정 기업이나 업계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강조하고, "의약품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왜곡시키는 불합리한 입찰관행을 개선하여 국민의 편익을 증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제약협회는 "이번 공정위 심사결정을 계기로 협회 활동에 있어 공정위에서 규정한 사업자단체 활동지침을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불공정거래행위와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고 있는 1원 등 초저가 낙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자정활동 및 제도개선은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보건복지부는 '1원 낙찰'은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장기적 제약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1원 낙찰 등 불합리한 초저가 입찰·공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약품 입찰 구매시 '적격심사제'의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공립·특수법인 의료기관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최저가 낙찰제'는 1원 등 초저가입찰 도매상을 낙찰자로 결정하는 구조상 '1원 낙찰'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적격심사제'를 적용하면, 현행 국가계약법령 등의 기준에 따르는 경우 예정가격의 79~97% 범위 내에서 입찰해야 낙찰이 가능하게 된다.
<최저가 낙찰제>는 국고 부담이 되는 경쟁입찰에서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 가격으로 입찰한 자의 순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입찰제도이다.
<적격심사 낙찰제>는 입찰자의 계약이행 능력을 심사하여 입찰가격이 적정하고 일정수준 이상 평점을 받은 우량업체를 낙찰자로 정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소속기관(국립병원) 및 지방의료원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적격심사제 적용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하여 지방의료원(34개소) 및 적십자병원(5개소) 대상의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시, 적격심사제 적용 기관에 가점을 부여하여 의료기관 기능보강 예산 지원과 연계할 계획이다.
국립대병원 등 그 외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소관부처에 적격심사제 도입을 위해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또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의료기관의 의약품 대금결제 지연 문제에 관해서도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수범 사례를 제시할 수 있도록 대금 지급기간 단축 등 협조를 요청하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초저가낙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기관, 도매상 등의 법령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제재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및 일부 제약 공급 도매상들도 적격심사 낙찰제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저가 입찰제의 경우 무조건 최적 입찰자에게 낙찰이 되지만, 적격 심사 낙찰제가 도입되면 납품이행능력, 업체신인도,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급가격(낙찰가격)을 예정가격의 80%이상에서 결정되며 공급업체들의 신인도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의약품 유통은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들이 제약사들의 오더나 제약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품목 및 입찰가를 결정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작용해 왔다. 또한 의약품 도매업체는 2천여개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국내 의약품 생산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약 15조 5,696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는 14조 2,347억원, 원료의약품 생산규모는 1조 3,349억원 수준이다. 2010년 완제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270개, 제조되는 품목 수는 총 15,763개이며, 일반의약품은 2조 5310억 원, 전문의약품은 11조 5,100억 원으로 전문의약품이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의 82%를 차지하고 있다.